해외여행/독일(2023) - 완결

[독일 여행 2탄] Chapter 9-2 : 폭설로 인해 고립되다 (2부)

超지구여행자 2024. 3. 24. 19:05

2023년 12월 3일 (일)

 

◆ 식량 확보를 위한 외출

 

아침이 밝았다.

다행히 눈은 그쳤고 남는건 시간 밖에 없다...

 

독일은 일요일에 대부분의 마트가 문을 닫는다.

(공항 및 일부 작은 극소수의 매장 제외)

 

일단 먹을 걸 구해야 해서, 빵이라도 좀 사려고 외출 준비를 했다.

근처에 마을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제과점과 식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밝을 때 본 숙소로 가는 길. 전형적인 농가 느낌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 뿐이다...

다행히도 마을로 이동하는 버스가 30분마다 있다고 해서

뮌헨 교통청 앱(MVV)으로 버스 티켓을 구매했는데...

버스 시간표도 확인했는데...이날 하루종일 오지 않았다.

나중에 환불 요청 메일을 써 보았는데, 온라인 결제는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앱에 운행을 안한다고 알려주기라도 하던가...돈만 날렸다.

다시 한번 멘붕해 있는데, 맞은 편에서 말과 눈이 마주쳤다.

아침부터 서성거리는 사람이 신기해 보였던 것일까... ㅋㅋㅋㅋ

버스는 오지 않는다.

다행히도 마을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1시간 거리.

그렇다면 걸어가면 된다. 걷기로 단련된 한국인의 패시브 스킬을 발동했다.

마을까지 걸어가며 중간중간 민가들이 보였는데, 인적이 보이지 않아

여기에 과연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가 도통 궁금할 지경이었다.

맑은 날씨와 함께 어우리진 눈으로 둘러쌓인 주변 풍광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 한때나마 밝아졌다. 

1시간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다. 골다흐(Goldach)라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이 작다 보니 시청도 아담하다. 일단 ATM기에서 돈을 넉넉이 출금했다.

예상외의 지출이 생각보다 많아져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 물 쓰듯이 빠져나간다...

반가운 빵집이다.

빵집에서 물, 음료수와 더불어 빵을 넉넉히 구매했다.

현금으로 결제했는데, 작은 마을일수록 카드결제가 안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식량을 확보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 점저 (점심 겸 저녁) 해결

다시 1시간을 걸어 돌아가야 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아예 식당에서 점심 겸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가기로 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들른 곳인데, Hotel Gasthof Neuwirt라는

호텔 겸 레스토랑을 하는 곳이었다. 

 

내가 이 호텔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여기에 숙박을 했었을 것이다.

공항과 거리도 더 가깝고 주변에 마트와 식당이 있어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예약을 하지 않은 1인 손님은 1인석 전용으로 안내를 하는 모양이었다.

현지 어르신 한명과 함께 이쪽 좌석에 앉았다.

차가운 맥주 한잔을 마신다. 상황은 복잡하지만 맥주는 참 맛있다.

생각해 보니 독일 여행을 와서 거의 매일 맥주를 마셨던 것 같다.. ㅎㅎㅎ

나는 코르동 블루(Cordon Bleu, 16.70 유로) 를 주문했다.

코르동 블루는 돼지고기 사이에 치즈를 채워 넣은 요리이다.

샐러드, 감자튀김이 함께 나왔다.

치즈와 두툼한 돼지고기의 조합.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먹는 김에 디저트도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디저트는 압펠퀴힐레(Apfelküchle, 8.90유로) 반죽으로 사과를 튀기고

계피를 곁들였다. 독일에는 사과를 이용한 디저트가 상당히 많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마주친 교회.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러퍼진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맑은 하늘, 그리고 눈 뿐이다.

 

주인 할머니께 현금으로 인출한 숙박비를 드렸다.

골다흐까지 걸어갔다고 하니 놀라시는 할머니, 한국인은 걷는것에 익숙하다고 알려드렸다.

잠시 오후 산책을 나갈까 하다가 안개가 껴서 혹시나 로드킬 당할까봐(...)그냥 돌아왔다.

겨울의 독일은 오후 4시 30분 즈음부터 금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