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항해시대의 영광이 녹아든 건물.
마누엘 양식의 화려한 조각과 고요한 회랑이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만나보자.
허기도 채웠겠다. 다음 목적지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나가는 트램마저 사진의 멋진 배경이 된다.
위 사진의 건물은 해군 박물관(Museu de Marinha)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공간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역사와 선박, 항해 기술들을 다루고 있는 박물관으로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여기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아쉽지만 패스.
◆ 제로니무스 수도원 (Mosteiro dos Jerónimos)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벨렝탑과 같이 1983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대항해시대를 기념하여 지어진 곳으로 건축에 100년 이상이 걸린 건물이다.
벨렝탑과 더불어 포르투갈의 황금기인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12년 전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에는...
일정에 치여 입장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7시가 되서야 수도원을 바라만 보았다.
돌이켜보면 정말 무계획적인 여행이었다...지금의 나로선 절대 상상할 수 없다.
벨렝 지구에 온 이상 꼭 수도원을 보고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제로니무스 수도원도 대기줄이 꽤 길다.
대기시간마저 벨렝탑과 비슷하다
생각보다(?) 빨리 빠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대략 40분 ~ 1시간 정도는 걸릴 걸 감안하자.
다시 봐도 수도원의 압도적인 외관은 나를 감탄하게 했다.
수도원은 리스보아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별도로 티켓을 교환할 필요 없이 카드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수도원의 회랑이 눈 앞에 펼쳐졌다.
긴 대기줄을 지나 내부로 들어오니 고요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회랑은 2층 구조로 되어 있고, 입장 후 아래 회랑으로 내려가게끔 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회랑 중앙, 햇살이 회랑을 비출때 생기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
탁 트인 압도적인 회랑의 스케일이 기다림의 피로를 싹 씻어주었다.
수도원은 벨렝탑처럼 마누엘 양식이 반영되어 각 기둥과 아치가 독창적으로 장식되어 있다.
꽃, 덩굴 그리고 십자가 같은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되어 표현된게 특징이다.
아래쪽 회랑에는 시인이자 작가인 페르난도 페소아 (Fernando Pessoa)
작가, 자유주의 정치인인 알렉상드르 에르쿨라노 (Alexandre Herculano)의 무덤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넓은 홀은 예전에는 식당으로 쓰이던 공간이었다.
돌 밧줄로 표현되는 마누엘 양식과 더불어 아줄레주가 전체를 두르며 장식되어 있다.
◆ 산타 마리아 성당
수도원 내부에는 산타 마리아 성당이 있다.
회랑을 보고 나가면 성당을 볼 수 있게 자연스럽게 동선이 짜져 있다.
성당만 따로 들어가서 관람도 가능하다. 성당만 들어간다면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항해를 앞두고 선원과 탐험가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기 위해 들렸다고 한다.
성당에는 포르투갈의 위인 2명의 무덤이 있다.
왼쪽은 시인 루이스 데 카몽이스(Luís de Camões)의 무덤
오른쪽의 무덤은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의 무덤이다.
이 두명의 공통점은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루이스 카몽이스는 우스 루지아다스(Os Lusíadas)라는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을 다룬 서사시를 썼으며, 본인도 해외원정에 참여했다.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는 유럽인 최초로 인도 항로를 발견한 탐험가이다.
그 과정에서 약탈과 학살도 저질렀지만 일단 넘어가자
포르투갈에서는 위대한 탐험가로서 기억되는 인물인 것이다.
보통 수도원이나 교회에는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의 무덤이 있는 편인데,
이는 국가적인 자부심, 명예와 권위의 상징으로도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밧줄 모양으로 곳곳에 새겨진 섬세한 디테일이 놀랍다.
건축에 100년이 넘게 걸린 만큼 투입된 돈은 어마어마했을 거라 추정되는데,
인도 항로 개척 이후 향신로 무역을 통한 수익으로 자금이 조달되었다고 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후추, 육두구, 계피 같은 향신료를 무역을 통해 약탈도 겸하면서
이를 유럽에 판매하였는데, 당시 향신료는 사치품으로서 매우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이를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 수도원은 그 막대한 부를 과시하여 포르투갈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천장은 리브 볼트(Rib Vault)구조인데, 상부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 구조이다.
성당이 규모가 크다 보니 여기저기 얽힌 별 모양의 정교한 형태로 연출되었다.
성당만 둘러본다면 30~40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만약 일정이 촉박하다면 성당이라도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나에게 있어선 12년만에 수도원을 직접 둘러 볼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포르투갈이 향신료 무역의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의 부와 권력이 반영된 건물.
그 흔적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포르투갈 여행의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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