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서의 세번째 날.
12년전 방문했던 벨렝 지구를 다시 찾았다.
◎ 4월 25일, 목요일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아로이오스(Arroios) 지구에 있는 루에나 호텔로 이동했다.
중심지인 바이샤 지구에서 떨어져 있긴 한데, 지하철로 이동할 거라서 지장은 없었다.
원래라면 포르투갈 일정은 어제까지였고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하기로 했었는데..
두바이 폭우로 결항된 관계로 모든 일정이 꼬여버렸고,
그 결과 목요일부터의 일정은 다소 급하게 호텔을 찾아 예약해야 했다.
일단 호텔에 짐을 맡기고 이날의 목적지인 벨렝 지구로 향했다.
◆ 벨렝 (Belém)
벨렝 지구는 리스본의 서쪽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략 30분에서 40분 정도는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해야 한다.
15번 트램을 타고 유유자적하게 이동할 수도 있으나,
보통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 역에서
카스카이스(Cascais) 로 가는 지역열차를 타고 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리스보아 카드는 카스카이스 선 지역열차도 커버하기 때문에, 별도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벨렝 역에서 내려 여유를 즐기며 걸어가 본다.
가는 길에 동선이 겹쳐 캐나다에서 온 노부부와 함께 만나 잠시 동행하였다.
남편인 존 아저씨는 공장에 들어가는 큰 공조시설을 조립 및 관리하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를 하고 부부가 여유롭게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포르투갈을 2주에 걸쳐 여행하고 있다는 말에 내심 부러움이 느껴졌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벨렝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 벨렝탑 (Torre de Belém)
벨렝탑은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포르투갈의 문화와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지는 건물이다.
16세기 초에 지어졌으며, 테주 강의 입구를 지키는 감시, 방어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포르투갈의 찬란했던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한때 지하층은 감옥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12년만에 다시 만난 벨렝탑.
당시에는 다소 한적한 느낌이었고, 입장하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꼭 내부에 들어가 보리라 다짐하였다.
벨렝탑의 입장료는 8유로, 하지만 리스보아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리스보아 카드로 바로 입장은 할 수 없고, 탑 근처에 티켓 부스에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벨렝탑에서 존 아저씨와 한동안 동행하여 시간을 보냈다.
탑 내부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 인원이 제한, 통제된다.
생각보다 많은 대기 인원에 놀랐으며, 거의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층의 중앙 홀에는 대포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나와 존 아저씨는 2층을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오랜 시간 기다려 마침내 입장한 벨렝탑.
섬세하게 조각된 석조 건축물과 장식들이 나를 감탄하게 했다.
벨렝 탑에는 마누엘 양식 (마누엘린이라고도 한다)이 녹아들어 있는데
항해와 바다를 상징하는 장식들과 다소 복잡하고 과하게 느껴지는 조각들이 특징이다.
마누엘이라는 이름은 당시 포르투갈 대항해시대 황금기를 이끈 국왕
마누엘 1세에서 유래되었다. 그의 통치기에 포르투갈이 크게 성장했다.
그는 벨렝탑, 그리고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건설을 후원하였고
이는 대항해시대의 번영과 포르투갈의 부를 과시하는 건축물의 성격이 반영되어
독특한 건축 스타일에 그의 이름이 붙어 마누엘 양식이라고 부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벨렝탑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테주 강의 풍경이다.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느긋하게 몇 시간이라도 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이야 관광 목적으로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감시 및 전투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벨렝탑은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층부터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기다려야 한다.
만약 다른 일정이 있다면 3층까지 관람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탑의 3층. 발코니를 통해 탁 트인 뷰가 매우 마음에 든다.
1시간의 기다림이 싹 보답받는 느낌이랄까...
나는 온 김에 4층까지 올라가기로 했고, 존 아저씨는 일정이 있어 작별했다.
마지막 층인 4층은 예배당인데, 내부 시설은 없이 비워져 있다.
작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갖출 건 다 갖춰져 있는 건물이다.
12년만에 마침내 벨렝탑에 들어가 옛 대항해시대의 영광을 간접적으로 느껴보았다.
벨랑탑에서 내려다본 그림 같은 테주 강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한 듯 하다 :)
포르투갈 여행의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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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 Chapter 6-2 : 리스본 - 해물밥을 먹어보았다.
포르투갈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해물밥.그 맛에 감탄했던 짧은 이야기.벨렝탑을 구경하고 하니 어느덧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12년 전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여러 전통 요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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