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해물밥.
그 맛에 감탄했던 짧은 이야기.
벨렝탑을 구경하고 하니 어느덧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12년 전 포르투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여러 전통 요리들을 먹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해물밥(Arroz de Marisco)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가는 길목에 식당 몇 군데를 체크해 놓았고,
그 중 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아니고...지나가다 마음에 들어서 찍어본 건물이다.
이런 집에서 한달만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트램이 지나가는 거리에 있는 Marítima do Restelo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구글 리뷰를 보면 한국 여행객분들이 꽤 많이 방문한 곳으로 보인다.
막 오픈한 레스토랑은 일요일 낮의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로 즐거워 보였고
나는 야외 테라스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해물밥을 주문하고, 추천받은 화이트 와인 한잔 (6유로)을 마시며 느긋함을 즐겼다.
이윽고 주문한 해물밥이 등장했다. (43유로 / 절반으로도 주문 가능하며, 가격은 22유로)
해물밥은 양이 많은 편이므로, 혼자 먹는다면 절반 양으로 주문해도 충분하다.
해물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포르투갈에서도 가격이 비싼 편이다.
여기에서의 이름은 Arroz de garoupa com gambas (아호즈 드 가호우파 콩 감바쉬)이다.
바리와 새우가 들어간 밥이라는 뜻인데, 바리(가호우파)는 큰 흰살생선으로 육질이 단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리과에 속하는 생선 중 하나로 다금바리가 유명할 것이다.
따뜻하고 짭조름한 향기가 나의 코끝을 감쌌다.
냄비에 담신 해물밥은 붉은 토마토 소스의 색감과 함께 풍성한 해물로 가득했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었을 때, 그 맛은 너무나도 몰입되는 맛이었다.
새우와 바리의 살은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했고, 밥은 토마토 소스와 육수를 머금어 촉촉했다.
그리고 과하지 않은 고수의 향이 함께 어우러져 나를 매료시켰다.
쌀과 해물에 친숙한 한국인으로서는 이 요리가 입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덜어 먹으라고 그릇을 함께 주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요리는 단순히 재료와 조리법의 결과물이 아니다.
나라의 환경, 문화, 사람이 엮여 피어난 복잡함을 머금고 있다.
해물밥은 해양 국가로서 바다와 연결된 삶을 살아온 포르투갈의 모습 중 하나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해물밥을 떠먹으며, 마지막까지 그 맛을 음미했다.
여행에서의 진정한 감동은 이런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 그릇의 음식, 한 조각의 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잇는 누군가의 정성.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여행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추억을 회상할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포르투갈 여행의 다음 이야기
2024.11.27 - [해외여행/포르투갈(2024)] - [포르투갈 여행] Chapter 6-3 : 리스본 - 벨렝 지구 (2) - 제로니무스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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