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멕시코(2022) - 완결

[멕시코 여행] Chapter 7-1 : 와하까 민족식물학 정원

超지구여행자 2023. 1. 28. 06:46

◆ 2022년 9월 13일 (화)

평화로운 아침이다.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던 배탈(혹은 장염)은 이제서야 안정을 찾았다.

식전빵과 과일로 먼저 배를 좀 채우고.. 식전빵이라 하기에는 좀 크구나  

다시 한번 와하까의 전통요리인 뜰라유다(Tlayuda) 에 도전했다.

두번째 먹으니 이제서야(?) 맛에 적응되었는지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졌다.

또르띠야에 팥을 올리는 건 처음에는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ㅋㅋㅋ

사이드메뉴인 메뚜기 튀김- 차뿔리네스(Chapulines) 이다.

개인적으로 당황스럽지는 않았는데, 예전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 종종 같은 반 학생들이

튀긴 메뚜기를 들고 와서 나눠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의 것보다 더 컸다.

 

그리고 이 메뚜기 튀김은 양념이 잘 되어 있어 생각보다 맛이 괜찮은 편이다.

전통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이걸 포대에다 부어 놓고 파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초등학교 이후로 가지 않았던 식물원으로...

자꾸 초등학교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학교 안에 작은 식물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때 식물원에 가서 이런 저런 식물들을 구경하곤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공원이 아닌 이상 굳이 식물원에 찾아가지는 않았었다.

 

이날은 친구가 식물원에 가보자고 했다. 

식물원은 구스만의 산토도밍고 교회의 바로 뒤편에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이 다가옴에 따라 행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Viva~! 를 연신 외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식물원에 들어왔다.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와하까 민속식물학 정원이다. (이하 정원이라 부르겠다)

Jardín Etnobotánico de Oaxaca (하르딘 에뜨노보따니꼬 데  와하까)

입장료 (기부금)으로 100페소를 지불했다.

 

특이사항으로는 개인별로 입장이 불가능하고, 가이드 투어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내가 갔을 때는 스페인어 / 영어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했고, 영어는 11시부터 시작했다.

식물들의 관리 차원 때문인지 가이드 투어가 다 끝나면 그대로 문을 닫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입장에 굳이 정원을 보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나의 무지에서 온 착각이었다. 

가이드 투어가 시작되었다. 가이드를 따라 내부로 이동했다.

가이드가 친절하게 각 구간별로 이동하며 정원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중간중간 자유시간을 배정해 준다.

이 정원은 와하까에 자생하고 있는 수백 종의 식물들을 심어서 조성한 곳이다.

와하까 전 지역의 기후, 지질학적 특징이 반영된 식물들이 거의 다 모여 있기에 의미가 깊다.

식물들은 음식, 섬유, 약, 염료 등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곳의 이름이 민족식물학 정원으로 붙여졌다.

 

단순히 정원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는 데 불평했던 나의 무지를 반성했다.

친구가 여기에 가보자고 한건 와하까에 대해 더 잘 알려주고 싶은 깊은 뜻 때문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선인장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사람의 키를 아득히 넘어서는 거대한 선인장들...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와하까의 기후에 적응했던 선인장들은 크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 같다.

가이드가 이야기한 이곳에서 딱 하나만 존재하는 200년이 넘는 선인장이라고 한다.

마치 오래된 고목같은 느낌을 주며, 두깨를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많은 식물들이 잎을 가시로 바꾸어 살아가는 방식으로 적응한 것 같다. 

이 식물은 평범한 나무 형태이지만 전신에 가시를 둘렀다.

형태는 나무이지만 잎의 형태를 보면 거의 선인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형태의 나무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여러모로 자연의 신비에 놀라는 순간이었다.

이 정원은 구스만의 산토도밍고 교회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당시 교회의 옛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식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정말 근사한 아이디어다.

다육식물 중 하나인 아가베(Agave)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설란이라고 부른다.

아가베의 수액을 발효시키면 뿔께라는 술이 되고, 증류시키면 메스깔이라는 술이 된다.

떼낄라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만든 메스깔떼낄라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샴페인 같은 개념이다. 

 

아가베는 우리나라 이민의 역사와 관계가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유까딴(Yucatán)주로 이주한 한인들이 아가베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힘든 생활을 버티고 정착하였다.

아가베는 잎에 날카롭게 가시가 있어 수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한다.

가이드 투어를 마치면서 와하까에서 이 정원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 정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지역의 모든 식물을 보존하고 알리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옛 교회와 함께 공존하며 멋진 풍경 또한 만들어 준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지나칠 곳이었는데, 친구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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