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독일(2023) - 완결

[독일 여행 2탄] Chapter 9-1 : 폭설로 인해 고립되다 (1부)

超지구여행자 2024. 3. 24. 15:06

2023년 12월 2일 (토)

 

◆ 공항까지의 험난한 여정

 

즐거웠던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만 남았다.

날씨가 어떤지 창문을 열어 보았는데....

어?

 

어???

 

어??????

 

눈이... 쌓여있고...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

맞은편 창문에서는 비둘기 두마리가 눈을 피하며 웅크리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12월 초에 폭설이 내린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일단 항공사에서는 별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  눈이 많이 오네요. 아직 항공사에서는 말이 없어서 일단 공항에 가봐야겠어요.

 

호텔 직원 :  뒤에 두 사람 보여요? 당신과 같은 한국인이에요. 비행기 일정을 바꾸고 있어요.

                  오늘 공항은 결항일 거에요. 빨리 숙소를 다시 구하는게 좋을 거에요.


호텔 직원의 조언에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바깥 도로의 상황은 이러했다.

트램은 운행을 중지했으며, 차량만 드문 드문 보일 뿐이었다.

일단 가장 가까운 S반 역으로 캐리어를 끌고 달려갔다.

S반도 마찬가지였다. 공항으로 가는 구간은 모두 운행이 중지되었다.

멘붕이 된 다른 관광객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중앙역 근처에 루프트한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해서 일단 중앙역으로 향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온몸에 땀이 나고 있었다.

지나가는 경찰들에게도 길을 물어물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경찰들도 하는 이야기가 이날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맞으며 기나긴 줄을 서 가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버스가 오긴 왔는데, 만석이라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갔다.

 

이제 사람들은 팀을 맺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는 공항까지 100유로 (약 14만원)를 제시했고

나 또한 중국인 2분, 이탈리아 할머니 1분과 함께 팀을 맺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당시 현금이 없었던 나 대신 돈을 내준 중국인 분께 페이팔로 송금을 해 주었다.

마침 페이팔 계정이 있었던게 참 다행이었다.


◆ 결국 결항, 그리고 멘붕

 

무사히 도착한 우리 일행은 각자 행운을 빌며 헤어졌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뮌헨 공항이 이날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는 사실과

마침 이 타이밍에 결항 안내를 보낸 항공사 앱 메시지였다.

나는 멘붕에 빠져 한동안 바닥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가

남아있던 랩쿠헨을 허겁지겁 먹은 다음(...)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확인 된 사항은 이러했다.

 

1.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이라 따로 보상을 해 줄수는 없다.

2. 대신 일정은 무료로 변경이 가능하다. 가장 빠른 일정은 다음 주 화요일 비행기이다.

 

우선 다음 주 화요일 비행기로 일정을 변경하고, 회사에 연락하여 긴급한 사정을 설명했다.

연차를 조금 더 사용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버스가 열차의 대부분이 마비되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는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거의 택시비가 70만원 가량 들었을 것이다. 일단 나는 공항 근처에 숙박하면서 상황을 보고자 했다.

 

현지 친구가 숙박할 숙소를 대신 찾아 주었다. 

 

당황스러워 적합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를 도와준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쉽게도 위치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다)

 

하지만 친구는 독일 북부에 있는데 뮌헨 쪽 지리 사정을 잘 알 수 없었을 것이고

당시 상황에서는 숙소를 잡은 것만으로도 안심해야할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줄지어 택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이루어졌다.

그 비싼 택시가 없어서 못할 지경이었고, 택시를 새치기 하려는 사람들이 보이자

먼저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둘러싸며 경고하는 모습들도 빈번했다.

 

40분이 걸려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공항까지는 약 13km 정도 떨어진 곳이고, 25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택시비는 55유로 정도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의 8만원 정도이다.

가히 살인적인 가격이다.

숙소는 오버딩(Oberding)이라 지역에 있는 레머호프 (Lemerhof)라는 게스트하우스였다.

Lemer 가족들이 운영하는 농장 겸 게스트하우스로, 농업을 겸해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결항이 되어 기분은 착잡한데, 숙소는 참 예쁘다...ㅋㅋㅋ....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주인 할머니가 막 외출에서 돌아오셨는지

입구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자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셨다.


: 친구가 전화로 예약을 대신 해 줘서, 카드로 결제할게요.

 

할머니 : 우린 카드 결재 시스템이 없어서... 나중에 천천히 줘도 되니 송금이나 현금으로 부탁해요.

 

: 이 근처에 ATM기가 있나요?

 

할머니 : 없어요.

 

: (당황) 음...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런데 혹시 이 근처에 마트나 식당이 있나요?

 

할머니 : 없어요. 차를 타고 가야 해요.

 

: (당황) 혹시 먹을 건 좀 없을까요?

 

할머니 : 우리 게스트하우스 입구 농장 근처에 셀프 매장이 있어요.

            거기서 과일이나 야채, 계란 등을 살 수 있어요.

 

:  감사합니다........

 

할머니 : 피곤할 텐데 푹 쉬어요.


 

위치가 제일 문제였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나는 반쯤 체념하고 신선이 된 다음으로 현지 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과일과 야채로 배를 채워야 할 상황이야...

 

친구: (배달 어플 하나를 알려줌) 검색해 보니 배달이 되는 음식점이 몇군데 있어

        한번 사용해봐. 일단 숙소를 잡았으니 공항에 노숙하는 것 보다는 낫잖아.


 

친구의 말대로 실로 그러했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 보다는 낫지.

 

마음을 다잡고 숙소를 둘러보았다.

 

하루 숙박비가 12만원 정도였는데, 방은 충분히 넓고, 편안했다.

그리고 식기도구 및 조리도구가 갖춰져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여기는 주말에 시골 교외에서 휴식을 한다거나 농장 체험학습 용도로 가족들이 오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러할 것이다. 

 

가만히 누워 TV를 켰다.

뮌헨에서도 유례없는 대폭설인지 뉴스에서도 폭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고립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머리가 아파져서 그냥 TV를 껐다.

창문을 열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요하다.

사방이 전부 다 눈이다.

눈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