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독일(2023) - 완결

[독일 여행 2탄] Chapter 10-1 : 얼음비로 인해 고립되다

超지구여행자 2024. 3. 31. 14:37

2023년 12월 5일 (화)

 

◆ 집으로 갈 수 없다!

 

새벽 4시 30분.

 

중국국제항공 앱으로 갑자기 알림이 와서 눈을 떴다.


 

"12월 5일 CA962 항공편이 취소되었습니다"

 

무슨?

 

무슨??

 

무슨?!?!?!?!?!?!?!?!?!?!?!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또 취소라니!

말도 안된다고 어흑흑흑흑흑흑.....


그렇다... 항공편이 또 기상악화로 취소된 것이다...

뮌헨 국제공항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밤새 얼음비가 내려 활주로가 얼었다고 한다.

얼어버린 활주로에서 이륙은 극히 위험하기 때문에 복구작업 중이라고 한다.

이날은 숙소 체크아웃이었기 때문에 택시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두 가지 방안을 떠올렸다.

 

1. 공항 근처 숙소에서 하루만 더 숙박하고 항공편 대체편을 기다린다.

2.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서 인천행 비행기를 탄다.

 

일단 두 가지 방안을 모두 실행했다.

 

먼저 중국국제항공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통화만 2시간은 했을 것이다... 

내일은 비행기가 출발한다고 해서 우선 내일 비행기를 예약했다.

 

내일 다시 결항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플랜 B도 준비했다.

 

뮌헨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환불가능 옵션으로 예약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취소시 환불 받을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로 프랑크푸르트 - 인천행 비행기를 발권했다.

뮌헨 중앙역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는 수 밖에 없다...

 

가능한 모든 수를 다 동원해야 했다.

 

이 모든 게 새벽 4시 30분에서 아침 9시까지 일어난 일이다....


 

◆ 새로운 호텔로 이동

 

공항과 가깝고 마트와 식당이 있는 골다흐 근처 숙소를 찾았다.

그나마 바로 예약이 가능한 곳이 프리미어 인 호텔이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예약했던 택시가 도착했다.

 

: "프리미어 인 호텔로 가주세요"

택시기사님: "공항이 아니고?"

: "비행기가 취소되었어요..."

택시기사님: 아....

호텔에 도착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니...

우선 회사로 연락해서 다시 한번 사정을 이야기했다.

난감한 상황에 매우 난처했으나 다행히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다.

호텔 로비에는 항공편 일정을 전광판에 보여주고 있었다.

극히 일부의 항공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취소되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빠진 여행객들이 많아 보였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우선 짐만 맡기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케밥집이 있다.

독일 여행 1탄 포스팅을 보신 분이라면 케밥이 그나마 싸게 한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아실 것이다.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한다. 아침겸 점심겸 저녁이다. 

감자튀김을 곁들인 케밥 1접시 - 10유로, 양이 정말 푸짐했다.

 

주인 아저씨도 유머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터키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셔서 몇 마디를 하니 사실 본인은 독일사람이라고(...) 한다.

호텔로 가는 길에 마주친 교회...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만큼은 무언가 신에게 기도하고 싶어졌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교회에서 조용히 앉아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문득 윤동주 선생님의 "별 헤는 밤" 시가 떠올라 조금 바꿔 보았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겨울 속의 눈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폭설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얼음비가 내리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비행기가 준비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눈 하나에 연차와

눈 하나에 밀린 업무들과
눈 하나에 숙박비와
눈 하나에 식비와
눈 하나에 비어가는 통장 잔고와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호텔 시설은 넓고 쾌적해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

그저 내일 날씨가 좋아지고 활주로 복원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었다.

 

중간 중간 걱정이 되어 자다 깨었다 하느라 잠을 좀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