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멕시코(2022) - 완결

[멕시코 여행] Chapter 4-1 : 배탈로 인한 여행의 위기

超지구여행자 2022. 11. 29. 22:39

◆ 2022년 9월 11일 (일)

 

아무래도 망한것 같다.

여러번 생각을 해봐도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망했다.


이른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건 상쾌함이 아닌 무언가의 불편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배에서는 무언가 계속 신호를 보내었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다 보면 장염 - 배탈, 설사  등을 겪을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위생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은 곳에서 음식을 먹었을 때 일어난다.

"여행자 설사" 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 베트남, 대만을 여행할때 배탈이 나서 여행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 가기전, 만약을 대비해서 장티푸스 백신을 접종하고 상비약도 준비하여 가져왔다.

(다만 내가 준비한 상비약은 소용이 없었다.)

 

아침 6시, 나는 친구를 깨워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멕시코의 음식이 자극적이라서 적응하느라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장염을 치가 떨릴 정도로 겪어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나는 그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선 현지 약국에서 파는 약을 한번 먹어보기로 하고 일찍 호텔을 나섰다.

이른 아침의 쏘깔로 광장, 놀랄만큼 고요하다.

이른 아침의 나의 위장은 놀랄만큼 혼란스럽다. 

멕시코에서 약국은 특이하게도 편의점처럼 24시간 운영을 하는 곳이 많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장점이다.

어떤 약을 먹어야 하나...매우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친구가 함께 해 주어 천천히 탐색을 해 보았다.

Estomacal은 위장약 코너이다. (정확히는 "위장의~" 라는 형용사 형태이다) 

속이 쓰리거나 할 때는 오른쪽에 보이는 리오빤(Riopan)을 사먹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우리나라의 겔포스와 같은 포지션이라고 보면 된다.

로모띨(Lomotil)이라는 약을 구입하기로 했다.

급성 설사에 매우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적혀 있었다.

탈수를 막기 위해 이온음료도 여러개를 구매했다.

새벽의 고요한 멕시코 시티의 거리는 나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위장 상태만 나쁠 뿐.

로모띨은 매우 작은 2개의 알약이었다.

복용 후 차도가 있는지를 지켜보았으나, 위장의 쓰림과 복통, 설사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친구에게 강력하게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를 만나봐야 했다.

 

당연하겠지만 멕시코에서도 약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항생제를 팔지 않는다.

멕시코의 약국에서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몇몇 약국들은 약국 옆에 의사들이 상주해 있어 상담 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약으로도 처치가 안되는 경우라면 병원을 가야겠지만, 나에게는 이 편이 더 좋았다.

의사와 상담하는데는 50페소가 든다. 단,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는 할증이 붙어 65페소였다.

그 외 각종 서비스에 따른 비용들이 나열되어 있다. (약국마다 비용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약국들은 프로모션으로 의사 상담료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

문 앞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가 의사가 부르면 들어가면 된다.

 

의사 선생님에게 나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증세를 이야기했다.

나의 키와 몸무게, 혈압도 체크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체크하면 친구가 대신 적어주었다(...)

참고로 간호사가 없었다. 의사가 혼자 모든걸 다 하는 시스템인것 같았다.

 

배의 어디가 아픈지를 눌러보면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따꼬, 뽀쏠레...등등 이야기를 하니 뭔가 수긍하는 (...) 모습이었다.

5일 분량의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고, 차차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했다. 

 

상담료를 결제하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여행자보험을 가입해 두었다면, 진료시 발생한 영수증이나 처방전 등은 꼭 챙겨 두자.

보험사에 제출하여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잠시 약사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멕시코 여행은 어떤지 등..

전반적으로 멕시코 사람들은 붙임성이 좋고 사교성이 있는 편이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껄껄껄 웃으며

보통 외국인들이 멕시코로 와서 이런 배탈을 겪곤 한다며 천연덕스럽게 웃으시는 모습에

살짝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승천할 뻔 하였다.

 

다시 호텔로 복귀하여 좀 쉬기로 했다.

다음 날에는 와하까로 이동하는 날인데, 착잡한 기분이었다.

 

이 여행,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